티베트 불교의 최고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단순한 종교인에 그치지 않고 세계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해왔다. 현직은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1935년생)로, 2살 때 전임자의 환생자로 인정받아 1940년 즉위했다.
1950년 중국 인민해방군의 티베트 진주 이후 그는 청년 시절부터 정치적 격랑에 휘말렸다. 1959년 라싸 봉기가 실패하자 인도로 망명해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웠고, 이후 반세기 넘게 티베트인들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달라이 라마는 비폭력 원칙을 견지하며 티베트 독립이 아닌 중국 내 ‘고도의 자치’를 요구하는 중도 노선을 고수했다. 이러한 평화주의적 태도로 198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국제사회의 폭넓은 존경을 받았다.
현재 그는 90세에 가까운 고령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 강연과 종교적 집회를 이어가며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비와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여전히 그를 분리주의자로 규정하고 차기 달라이 라마 계승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국제적 쟁점으로 남아 있다.
달라이 라마는 “인류의 가장 큰 무기는 자비와 대화”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왔다. 티베트 불교의 영적 지도자를 넘어 세계인에게 평화와 화합의 길을 제시하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