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무기 캐치올(Catch-All) 제도는 전략물자 목록에 없는 물품이라도 군사적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으면 반드시 정부의 수출 허가를 거쳐야 하는 장치다. 원래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재래식 무기와 관련 자재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 분쟁 지역이나 제재 대상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2003년 ‘상황허가 제도’로 사실상 캐치올 규제를 시작했고, 2007년 대외무역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명문화했다. 이를 위반하면 전략물자 불법 수출과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정부는 북한·이란·시리아·파키스탄 등 고위험국을 중심으로 190여 개 중점 감시 품목을 지정해 관리해 왔으며, 국제 평가에서도 한국은 ‘수출통제 체계 상위권 국가’로 분류된다.
일본도 2002년 WMD용 캐치올, 2008년 재래식 무기용 캐치올을 도입했지만, 법적 근거는 시행령 위임 수준에 머문다. 특히 일본은 ‘화이트 국가’로 지정한 우방국에 대해서는 캐치올을 적용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화이트 국가에도 최소한 ‘인지’나 ‘통보’ 요건을 의무화하고, 비화이트 국가에는 ‘인지·의심·통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요구한다. 이 때문에 규제 강도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발표한 ‘위험평가 지수’에서 한국은 17위, 일본은 36위였다. 한국의 수출통제 체계가 일본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과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재래식 무기 캐치올 제도가 미흡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갈등을 불러온 바 있다.
재래식 무기 캐치올은 전략물자 관리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핵심 제도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 법제화, 중점 품목 지정, 적용 요건 강화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일 간 외교적 논쟁에서 제도적 우위를 강조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