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부자집은 1600년대부터 1950년까지 12대를 이어 300여 년간 만석군의 전통을 지켰다. 마지막 수장 최준(1884~1970)은 1950년 전 재산을 대구대학에 기증하며 가문의 부(富)를 사회로 환원했다.
이들이 장기간 부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절제와 환원’의 원칙을 담은 여섯 가지 가훈에 있다.
첫째, 진사 이상의 관직은 멀리해 세력 다툼으로 인한 가문 내 분열을 막았다.
둘째, 연간 재산은 1만 석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초과분은 늘 이웃과 사회에 환원했다.
셋째, 찾아오는 나그네에게는 지체 없이 후하게 대접해 푸근한 인상을 남겼다.
넷째, 흉년기에 헐값으로 내놓은 논밭을 사들이지 않아 경제적 약자의 고통을 가중시키지 않았다.
다섯째, 시집온 며느리에게는 3년간 무명옷을 입혀 직접 어려움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공감 능력을 키웠다.
여섯째,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이가 없도록 평소 생활비와 양식을 비축해 위기 때마다 나눔을 실천했다.
최부자집의 마지막 주인 최준은 독립 자금 지원과 교육 기관 설립에 앞장섰으며, 평생 “재물은 분뇨와 같아 한곳에 쌓아두면 악취가 나지만 골고루 흩뿌리면 거름이 된다”는 금언을 되새겼다. 이러한 삶의 지침이 경주 최부자집을 300년 부(富)의 전통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