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짓에 깃든 우리의 혼 -
2025년 7월 18일, 일본 동경에 위치한 동경한국학교 초등부 강당에서는 낯선 설렘과 호기심으로 가득 찼습니다. 무대에는 다섯 명의 전통 복장을 갖춘 이들이 등장했고, 그 주위로 초등부 5·6학년 학생 240명이 숨을 죽인 채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날은 우리 전통 무예 ‘택견’의 전승 교육사들이 학교를 방문하여 특별한 공연을 선보이는 날이었습니다. 택견은 2011년 11월 28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이 담긴 자랑스러운 국가무형유산이자, 무예 분야 유일하게 대한민국의 무형문화재로 지정(1983년 6월 1일)된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이번 공연은 우리나라 국가유산청의 지원을 받아 (사)택견보존회 소속의 정통 전승 교육사 5명이 직접 동경한국학교를 찾아 진행된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공연단은 인간문화재 정경화 선생의 제자이자 전승 교육사인 신종근 씨를 중심으로, 국가 이수자 김안수·이예림 그리고 국가 전수생 김한해·이석자 등으로 구성된 실력파 전문가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무대 위 시범을 넘어 택견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몸짓에 담긴 예술성과 공동체 정신에 대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도 깊이 있게 전달했습니다. 무대 위에서 ‘본때뵈기’, ‘마주메기기’, ‘견주기’, ‘택견체조’ 시범이 차례로 펼쳐졌고 그 부드러우면서도 절도 있는 동작 하나하나에 학생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어진 게임 형식의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며 현장을 한층 뜨겁게 달궜고 준비된 작은 선물까지 더해져 어린이들의 얼굴에는 즐거움과 감동이 가득 번졌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이날 공연을 지켜본 240명의 학생 중 단 한 명도 이전에 택견을 체험해 본 경험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이번 행사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특별한 경험이었는지를 느끼게 했습니다. 단순하게 전통 무예를 ‘보는’ 수준을 넘어, 택견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고’, ‘배우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동경한국학교 관계자들은 ‘해외에 사는 우리 아이들이 자칫하면 모국의 문화와 점점 멀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의 전통을 직접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이며, 세대 간 문화를 잇는 소중한 가교가 됩니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전승 교육사 신종근 씨는 ‘동경한국학교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국가무형유산 택견이 일본 사회에도 널리 알려지고,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서 그 가치가 더욱 자리매김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동경한국학교 이훈우 교감은 ‘우리 민족의 혼이 깃든 소중한 유산인 택견을 학생들이 직접 보고 체험하게 해준 전승자들과 관계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오늘 이 자리가 아이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을 것이며, 훗날 동경한국학교에서 훌륭한 택견 전승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 교감은 ‘2026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일본에 거주하는 동포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충주에 위치한 택견원에서 [택견 캠프]를 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과거의 유산이 아닌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자는 뜻깊은 제안을 덧붙였습니다.

짧은 공연이었지만 이 날의 감동은 오래도록 학생들의 가슴 속에 남을 것입니다. 낯설고도 새로웠던 택견의 몸짓, 그 속에 깃든 우리의 혼과 정신은 분명히 동경한국학교 학생들에게 ‘나의 문화’, ‘나의 뿌리’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살아있는 수업이 되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이 먼 이국땅에서 그 진가를 발하며 또 다른 전통의 씨앗을 틔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그 시작점에 동경한국학교 아이들의 뜨거운 박수 소리가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