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5일 이른 8시, 도쿄 한국교육원 앞에는 관내 한글학교 교사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날은 동경한국교육원(원장 김규탁)이 주관하는 ‘2025년 한국어 강사(한글학교 교사) 연수회’가 열리는 날이다. 이번 연수는 한글학교 교사 및 한국어 강사들의 한국어 수업 능력 향상과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일본 내 한국 역사 이해를 통한 한일 교류 기반 회복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이 행사는 동경한국교육원 주최로 매년 실시되는 행사로 올해는 “시즈오카현의 조선통신사의 흔적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번 연수회 참가자들은 동경한국교육원 온라인 한국어 강좌 교사, 한글학교 교사 등 일본 관동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어 교육 관계자 30여 명이 참가했으며,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일본사무소 김성호 소장의 안내로 시즈오카현의 세이켄지, 니혼다이라, 순푸성을 중심으로 조선통신사의 발자취를 따라 역사 속 여정을 함께했다.

1404년, 조선과 일본 사이에 교린 관계가 성립되며 양국의 국왕과 막부 쇼군은 외교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사절단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조선 국왕이 일본에 파견한 사절을 ‘통신사’로 불렸으며, 이는 신의를 바탕으로 교류하는 두 나라의 의지를 상징했다. 최초의 파견은 1429년 교토에 간 정사 박서생 일행으로, 이후 임진왜란 전에는 왜구 금지를 요청하고, 왜란 이후에는 강화와 포로 송환, 일본 국정 탐색 등의 임무를 띠고 파견되었다. 1636년 이후로는 막부 쇼군의 습직 축하가 주요 목적이 되었다.

통신사 일행은 한양에서 출발해 부산을 거쳐 쓰시마, 시모노세키, 오사카 요도우라를 경유해 육로로 교토, 에도로 이동했다. 이들은 쇼군에게 국서를 전달하고 연회에 참석하며 약 6개월에서 1년간 일본 각지를 여행했고, 그 흔적은 지금도 병풍, 회권, 판화 등의 예술작품으로 남아있다. 그 문화교류의 깊이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로도 입증되었다.

세이켄지는 조선통신사의 숙소이자 휴식처였으며, 지금도 그 족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사찰이다. 1607년과 1624년, 두 차례 공식 숙박 외에도 여러 통신사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사랑하여 이곳에 들렀다. 앞은 태평양, 뒤는 후지산이라는 배산임해의 경관은 문인들의 창작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1643년 사행의 부사 조경은 ‘닛코 산 안에는 부도탑이 웅장하고, 후지산 앞에는 호수가 깊지만, 어찌 청산의 세이켄지에 빗대리’라는 극찬을 남기기도 했다. 이곳은 일본 내 조선통신사 시문 자료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종루 현판의 ‘경요세계(瓊瑤世界)’는 조선의 천문학자 박안기의 글씨로 유명하다. 이번 연수에서도 주지 스님이 한국어로 설명을 전해 감동을 더했다.

니혼다이라의 도쇼구는 일본 에도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모시는 신사로, 순푸성과 함께 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장소다. 그는 조선통신사 일행에게 본인의 유람선을 제공하며 환대를 아끼지 않았고, 외교를 통한 평화를 추구했다. 조선통신사의 발자취는 바로 이 순푸성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연수회를 통해 한글학교 교사들은 한국어 교육자로서의 소명감을 다시금 되새겼으며, 서로를 연결하는 따뜻한 네트워크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었다. 역사는 단지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조선통신사의 길을 따라 걸으며 연수생들은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 서로를 이해하고, 진심을 나누려 했던 선인들의 마음을 느꼈다. 바로 그 진심이 한 시대를 평화로 물들였고, 오늘날에도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한글을 가르치는 교사들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이 역사를 전하는 일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가 되는 일이다. 이번 연수를 통해 그 다리를 함께 건너는 한 걸음이 되었다고 연수생들은 입을 모았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연수생 모두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이번 연수는 단순한 역사 탐방을 넘어서 교사들에게 더 깊은 사명감을 심어주는 뜻깊은 여정이었다. 조선통신사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동안, 교사들은 과거의 사절들이 어떻게 낯선 땅에서 문화를 전하고, 신의를 쌓아갔는지를 몸소 느꼈다. 그 발걸음 하나하나가 언어와 문화를 매개로 한 외교였고 그 진심 어린 교류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한일 관계의 뿌리가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글학교 교사들은 오늘도 교실에서 언어를 가르치지만, 그 속에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민족의 얼과 역사를 전하는 사명이 담겨 있다.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이 곧 우리 문화를 알리고 이웃 나라와의 이해를 넓혀가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이번 연수를 통해 다시금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다고 함께한 교사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 ‘우리는 조선통신사처럼 오늘도 마음을 전하는 사절입니다.’ 역사를 가르치고, 문화를 이어가는 교사의 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그 길 끝에는 더 넓은 이해와 화해,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진심이 있다. 그렇게 2025년 5월, 시즈오카의 하늘 아래 한글학교 교사들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다짐을 남겼다. ‘배움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여는 일이다.‘

이번 연수는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는 여행이 아니라 조선통신사의 발자취를 따라간 하루였다. 그리고 언어를 가르치는 교사라는 사명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킨 시간이었다. 언뜻 보면, 조선통신사와 오늘날의 한글학교 교사는 전혀 다른 시대, 다른 역할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조선통신사가 낯선 땅에 와서도 예를 다하고, 문화를 전하며, 이해와 평화를 이끈 것처럼 오늘날 한글학교 교사들 역시 타국에서 한글과 한국 문화를 전하고, 아이들의 마음과 세대를 잇는 가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이켄지의 고요한 경내에서, 순푸성의 돌담 아래에서, 교사들은 400년 전 사절들이 남긴 시와 정신을 가슴에 새겼다. 언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잇는 도구이며, 가르침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이번 연수를 통해 한글학교 교사들은 ‘배움’이 곧 ‘외교’이며, ‘교육’이 곧 ‘문화 사절’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교실에서 만나는 동포 아이 하나하나가 미래의 다리가 되고, 선생님 한 분 한 분이 바로 오늘의 통신사임을 실감했다. 교사들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다짐했다.’ 우리는 한글을 가르치는 사람일 뿐 아니라, 한국을 알리고 문화를 잇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조선통신사의 정신을 잇고 있습니다.’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며, 그 기억은 가르치는 자를 통해 다음 세대로 흘러간다. 이번 연수는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서, 교사라는 이름의 오늘날 통신사들이 자신의 사명을 되새기고, 다시 출발선에 선 순간이었다. 한글학교 교사들의 가르침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다. 그것은 문화이고, 외교이며, 무엇보다도 사람과 사람을 잇는 진심인 것이다. 이 진심이 언젠가 더 나은 미래를 열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바로 그 시작점에, 지금 이 순간, 그들이 서 있다.
저녁 7시가 훌쩍 넘은 시간, 이번 연수를 기획하고 이끌어준 동경한국교육원 김규탁 원장과 시작부터 끝까지 자세한 설명을 해 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일본사무소 김성호 소장께 연수생들 모두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오늘의 연수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