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추억: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

1970년대, 도시든 시골이든 골목길은 하나의 작은 세상이었습니다. 그 안에서는 나이, 성별, 신분이나 계층의 구분 없이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살아갑니다. 이웃과 이웃은 가까운 친척 같고, 아이들은 골목에서 펼쳐지는 매일의 모험 속에서 진정한 친구를 사귑니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인생의 작은 교훈들을 배우며 성장했습니다. 가난했지만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가진 것은 별로 없었지만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나누며 살았습니다. 좁은 골목길에 모여 앉아 한 개의 작은 간식을 여러 명이 나누어 먹던 순간들, 낡은 교복에 얼룩이 져도 마주 보며 웃던 친구들, 손을 맞잡고 뛰어다니던 친구들과의 시간은 따스함으로 가득했었습니다. 가난은 불편했으나 죄가 아니었고, 누구나 노력하면 언젠가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를 지탱해 주었었습니다. 작은 야외 상점 앞에 모여 앉아 한 알의 알사탕을 돌아가며 빨아먹던 친구들입니다. 몇 번이고 입술을 적시며 서로의 웃음을 불러일으키던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기쁨과 행복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때의 나눔은 단순히 물질적인 나눔이 아니라 따뜻한 온기였습니다.

무더운 여름날이면 아이들은 마을 끝의 작은 냇가로 모여듭니다. 그곳은 아이들에 있어 해방의 세상이자 상상 속 모험의 무대가 됩니다. 친구들 중 한 명이 자그마한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공하면 모두가 함께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합니다. 그리고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잡은 친구는 영웅처럼 우리에게 돌려가며 구경하게 해 줄 만큼 따뜻한 마음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게 서로를 돌봐야 한다는 마음을 나누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지금 어른이 되어서도 그 때 그 순간을 지금도 가슴에 담고 살아갈 것입니다. 그저 시간 보내는 놀이의 시간이 아니라 서로를 믿고 배려하며 우정을 키워가는 삶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골목은 또 다른 장면으로 변합니다. 하얗게 눈 내린 골목길에 빗자루와 삽을 들고 나와 눈을 치웁니다. 눈을 쓸어내고 길을 내는 일은 혼자서는 벅찬 일이지만, 모두 함께 힘을 합치면 쉽게 해결이 됩니다. 이웃 어르신들이 “이 녀석들 덕분에 길이 환해졌구나!”라며 웃음 지을 때면 모두의 마음에는 뿌듯함이 넘쳐납니다. 서로를 도우며 눈을 치우던 그 시간들은 노동이나 일이 아니라 공동체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나눔의 시간들입니다. 마치 전쟁터에서 전우가 전장을 헤쳐 나가듯 우리는 함께 눈길을 걷고, 추위 속에서도 웃음을 나누었습니다. 골목길에는 모닥불도 피워집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은 그 불 앞에 모여 손을 녹이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춥고 어두운 날씨 속에서도 우리는 모닥불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둘러앉아 따뜻함을 나눴습니다. 그 속에서 추위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고, 누구의 집에 난방이 더 잘 되는지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함께라는 사실이 더 따뜻하게 해 주었고, 가족처럼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렇듯 작은 것에 감동하며 웃음을 나누었던 시절, 우리에겐 물질 이상의 소중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바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따스함과 기쁨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우리는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동지였습니다. 일상은 소소한 사건들로 가득했지만 그 속에 숨은 의미는 크고 깊었습니다. 물질적인 부는 없었지만 서로가 진정한 풍요를 나누었습니다. 가족과 같은 이웃들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준 친구들과의 추억은 지금의 물질적 풍요로는 채울 수 없는 따뜻함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은 걸로 봅니다. 풍요 속에서도 그때 그 시절의 사람 냄새, 정겨운 웃음, 서로의 작은 도움을 나누며 살던 진정한 행복이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요? 더 많은 것을 가졌지만 그때보다 더 적게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아마도 우리의 추억 속에 남아 있는 인간적인 온기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은 아닐까요? 마당 한편에 둘러 앉아 어머니의 정성이 깃든 간식을 먹으며 나누던 이야기, 해질 녘까지 골목길에서 숨바꼭질을 하면서 느끼던 서로의 온기 속에서 우리는 믿음과 소속감을 느꼈습니다. 가난했지만 그 안에는 정이 있었고 웃음이 있었으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편리한 기술과 눈부신 발전으로 시간을 절약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이 사람들 간의 거리는 오히려 멀어지게 했습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졌습니다. 쉽게 연결되고 빠르게 소식을 주고받는 시대에 정작 우리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은 추억 속에 있었던 인간적인 접촉과 진정한 소통이 아닐까요? 

흑백 사진 속에 남아 있는 어릴 적 기억을 꺼내어 오늘의 삶에 다시 불러와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순하지만 진솔했던 그래서 더 아름다웠던 어린 시절의 교훈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함께 웃고, 함께 나누고, 서로를 응원하며 지탱해 주었던 힘이 아니었을까요?그러한 추억이 현재에도 우리의 삶을 비추어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린 시절의 정과 웃음 그리고 함께라는 의미를 다시 떠올리는 것이 아닐까요? 흑백의 추억 속에서 우리는 오늘날 잃어버린 행복의 비결을 찾아낼 수 있을겁니다. 아름다웠던 우리들의 흑백의 날들이여! 그 온기를 다시금 마음에 되새겨봅시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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