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칼럼02> 한강 그리고 노벨상

한강 그리고 노벨상

매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 소식을 접할 때마다 축하의 마음보다는 늘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늘 남의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격이었으니까.

우리의 작가 한강의 노벨상 소식에 밤잠을 설칠 만큼 설렘과 함께 복받치는 감동이 밀려왔다. 평소에 내가 가져온 노벨상과 관련하여 부모의 영향과 교육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오랜 기간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니 가끔은 학부모님을 접할 기회가 있다. 학부모님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어쩌면 저렇게도 아들과 싱크로율이 높을까? 이다. 대부분 학부모는 자기 아들과 거의 80%는 그 부모에 그 아들이다. 극단적으로는 학생을 통하여 저 아이의 부모님은 어떤 분일까 하고 궁금한 분도 계신다. 아이들 통해 교사인 내가 배울 게 많은 경우가 그렇다. 그리고 만나보면 역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이다. 반면 학급에서 학생 한 명으로 인해 1년이 힘든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 부모님을 뵈면 역시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기에 어쩔 수 없이 그 가정에서의 환경이 자녀의 인생 DNA가 되는 것이다.

부모의 영향으로 말투나 말씨 그리고 표정과 같은 행동거지가 달라지듯이, 직업 또한 부모의 영향을 받는다. 부모의 직업을 물려받은 경우와 부모의 직업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어린 시절 자녀에게 있어서 부모님은 대부분 우상과도 같은 존재이다. 부모의 직업적 성향으로 인해 어린 시절의 자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 자녀도 부모가 롤모델이 되어 부모의 직업을 따르고 싶어 한다. 반면, 부모의 직업 생활이 자녀에게 본이 되지 못할 때는 부모의 직업을 회피하게 된다. 즉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며 최선을 다하는 부모님이라면 집에서도 직장에서의 좋은 일과 보람을 이야기하니 자녀의 의식 속에 부모님 직업은 좋은 것이고 따르고 싶을 것이다. 반면, 부모님 스스로가 자기 직업에 만족지 못하고 힘들어하며 집에 와서 힘들다 피곤하다 하면서 직장에 대한 불만과 함께 잠이나 자려고 하면 자녀는 결코 부모의 직업을 따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물론 부모가 열심히 산다고 하여 모든 자녀가 부모의 직업을 잇는 것은 아니다. 학교 교육 또는 본인 스스로의 다양한 경험과 독서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을 준비하고 개척하는 아이들도 많이 있다.

부모의 영향이 자녀 인생의 방향키가 된다면, 부모의 교육관 또한 그 아이가 속한 우리 국가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내가 아는 지인의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아인데 너무도 총명하여 그 아이를 잠시 과외지도하던 큰딸이 과외 더 못하겠다고 했다. 그 아이가 너무 똑똑해서 감당이 안 된다고… 그래서 난 개인적으로 그 부모님께 이 아이는 대치동 학원에 보내지 말고 책 많이 읽히는 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간곡하게 말씀드린 바 있다. 그러나 대치동 학원은 나의 교육관을 무시하고 그 아이를 붙잡아 두었다. 영재고에 입학한 그 아이는 입학 전에 머리에 원형탈모가 생겼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으면 그렇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부모님의 교육관이 내 아들 내 딸이 대학만 잘 가면 된다는 결과론적 교육관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영재들은 세계 올림피아드에 출전하면 거의 해마다 상위권 입상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다. 이때 올림피아드에는 출전조차 꿈꾸지 못했던 다른 나라의 많은 학생이 성인이 되어 노벨상을 수상할 때 우리나라의 올림피아드 입상자들은 (노벨상 수상자들과 비교하면) 그저 그런 평범한 과학자로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우리나라는 올림피아드 그 자체가 대학 입학에 도움이 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결과 중심 교육관으로 시험만 잘 보면 된다는 생각, 성적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줄세우기식 평가로는 AI 시대에 인재를 길러낼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학교 교육은 객관식 평가가 아닌 토론과 질문 발표 중심의 수업과 자신의 생각을 담론화할 수 있는 서술형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학생도 성장하고 국가의 미래도 있다. 이렇게 될 때 학교 교육만으로도 학생이 성장함은 물론 대학도 가고 훗날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서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제2, 제3의 노벨문학상도, 노벨과학상도 우리나라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다시 한번 더 감사함으로 축하한다. 이 기회에 한국의 부모들이 자녀를 학원 보낼 시간에 같이 책을 읽고 같이 운동하며 밥상머리 교육도 했으면 좋겠다. 아낀 학원비로 가족 여행도 많이 다니며 행복을 체험하였으면 좋겠다. 심신이 건강한 자녀들이 우리나라 미래의 주역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One thought on “<정경영칼럼02> 한강 그리고 노벨상

  1. 저도 새벽에 신문에서 한강님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보고 정말 감사하고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부끄럽게도 한강작가의 책은 한 번도 읽어 보질 못했었는데 이제라도 읽어봐야겠어요.

    오늘도 선배님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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