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검찰, 기개 잃은 엘리트의 초상



로스쿨에서 검사가 되는 길은 ‘지옥의 관문’이라 불린다. 전국 1만5000여 명의 수험생 가운데 약 2000명만이 로스쿨에 입학하고, 이 중 1500명이 변호사시험을 통과한다. 하지만 실제로 검사가 되는 이는 매년 30명에서 60명에 불과하다. 문과 최상위권이 모인 로스쿨에서도 극소수만이 그 문을 통과하는 셈이다.

검사가 되려면 1학년 때부터 형법·형사소송법에서 A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한다. 이어 2학년 2학기 ‘검찰실무1’ 전국공통시험에서 전국 석차가 매겨진다. 상위권 120명만이 법무연수원의 심화 인턴 교육에 선발돼 3주간 기록형 시험 4회, 토론면접 2회를 치른다. 마지막 기록형 시험은 5시간 30분 동안 진행된다. 그중 상위 절반, 약 60명이 ‘A’를 받고, 나머지는 ‘지원 자제’ 등급으로 분류된다.

3학년 1학기 ‘검찰실무2’에서도 전국 공통문항 시험을 치르며, 이 성적과 함께 여름방학 서류심사를 거쳐 기록평가·토론면접·인성면접을 통과해야 비로소 임용이 결정된다. 이렇게 탄생한 30~60명은 로스쿨 최고 엘리트 중에서도 ‘정점의 집단’으로 불린다.

이처럼 혹독한 과정을 거쳐 국민의 공익을 대변하는 자리에 서는 검사들이지만, 최근의 행보는 그 무게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수뇌부가 특정 사건에서 항소를 포기한 결정을 두고 내부에서도 “비겁하고 불법적인 선택”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기개 있는 검사, 원칙을 지키는 검사”가 사라졌다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한 법조인은 “검사가 되기 위해 그토록 치열했던 이들이 정작 권력 앞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그 엘리트 시스템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검찰 조직이 스스로 무너지는 지금, 국민은 그 공백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검찰의 명예와 정의를 위해, 다시 ‘악’이라도 외칠 기개 있는 검사 열 명이라도 나오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내년, 검찰은 이름만 남은 제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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