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종자산업은 2024년 기준 시장 규모가 약 16억 달러에 달하며, 2033년에는 약 27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세계 종자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4% 수준에 불과하다. 양적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산업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국내 종자업체의 90% 이상이 연 매출 5억 원 미만의 영세 기업이다. 종자 개발 연구개발(R&D) 역량과 시설·자본 투자가 부족해 대규모 품종 개량이나 상업화에는 한계가 있다. 국내 산업이 구조적으로 분절된 탓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격차도 좁혀지지 않는다.
사료·조사료 종자의 경우 수입 의존율이 90%를 웃돌며, 2023년 기준 92.8%에 달했다. 국내 축산업은 종자 수급 지연이나 국제 운송 차질 시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다. 채소류와 특작 작물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양파, 양배추, 브로콜리 등 주요 채소 종자 상당 부분이 일본 품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 종자기업이 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농가는 일본 기업에 로열티를 지불하며 외국 품종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바이엘, 코르테바, 신젠타 등 다국적 기업이 기술 특허와 유전자원 확보를 통해 종자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이들과 경쟁하려면 육종 기술의 고도화와 장기적 투자 여건이 필수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정부는 ‘2023~2027 종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마련해 디지털 육종 기술 개발과 공공·민간 협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새만금 등지에 대규모 종자 생산단지를 조성해 사료용 종자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종자산업은 식량안보의 출발점이자 기술주권의 핵심”이라며 “단기 수입 의존을 넘어서 국산 품종 개발과 기술력 축적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한국 종자산업의 과제는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자립’이다. 씨앗이 산업이자 안보로 인식되는 시대, 국산 종자 생태계를 복원하지 못하면 미래 식량 주권도 위태로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