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가 이륙한 직후 기내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거나 기체 결함이 생기면, 조종사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인근 공항으로 회항(다이버트)해야 한다. 그러나 바로 착륙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항공기에는 최대이륙중량(MTOW)과 최대착륙중량(MLW)이라는 제한이 있다. MTOW는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륙할 수 있는 최대 무게이고, MLW는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최대 무게를 뜻한다. 대부분의 항공기는 MLW가 MTOW보다 작다. 따라서 장거리 비행을 위해 연료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는 비행기를 즉시 착륙시키면 활주로 이탈이나 기체 손상 같은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조종사들은 공항 주변을 선회하면서 연료를 공중에 방출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흔히 ‘연료 투하(Fuel Dumping)’라 불리는 이 조치는 무게를 줄여 기체에 걸리는 하중을 낮추고, 착륙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안전 범위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과 달리, 공중에서 흩뿌려진 연료는 대부분 고도와 온도의 영향으로 빠르게 증발한다. 대형 여객기는 보통 고도 1만 피트(약 3천 미터) 이상에서 연료를 분사하기 때문에 지상으로 떨어지기보다는 대기 중에 흩어져 소멸한다.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역시 이 절차를 ‘안전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규정하고 있다.
즉, 승객의 생명과 기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연료를 버리는 행위는 국제 항공 규정에 따른 정상적이고 필수적인 절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