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 곳곳에는 ‘和(와)’라는 글자가 지닌 조화의 정신이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단순히 ‘일본식’을 의미하는 표현을 넘어, 전쟁·문화·일상생활 전반에서 일본인의 자부심과 상호 배려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다.
‘和風’은 서구식 요소와 일본 전통을 결합한 음식을 비롯해 패션·건축·디자인 전반에서 ‘일본식 스타일’을 일컫는 말이다. 예를 들어 양식 파스타에 일본 간장 드레싱을 곁들이거나, 정갈한 다실(茶室) 분위기를 모티브로 한 카페 인테리어를 ‘和風’이라 부르며, 외부 문화와의 조화 속에서 고유의 미를 재해석하고 있다.
일본 해군이 1941년 진수한 전함 ‘야마토(大和)’는 전함 건조 역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배수량 7만여 톤에 달하는 이 전함의 이름은, 곧 ‘일본 그 자체’를 상징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大和魂(야마토다마시)’이라는 말은 일본인의 용기와 결연함, 순수한 정신적 특성을 가리키는 상징으로 사용되며, 전쟁 시기에 무사 계층의 명예관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현대 일본 문화에서는 ‘메이와쿠(迷惑)’ 문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사회적 규범은 공공장소에서의 조용한 대화, 쓰레기 분리수거 준수, 복도에서의 서행 등 일상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러한 태도는 공동체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삼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개인 행동의 자율성을 집단 조화 속에서 절제하도록 한다.
‘和’라는 간단한 한 글자는 이렇게 일본인의 삶과 문화 전반을 관통하며, 조화와 평화, 자부심과 배려가 공존하는 사회적 토대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