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대구 근대문화의 상징적 언덕길

대구 중구 신명고등학교와 대구제일교회 사이에 위치한 완만한 언덕길은 ‘청라언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지역 근대문화의 주요 스토리텔링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일명 ‘동무생각’ 노랫말 속 배경으로도 회자되지만, 정확한 지리적 범위와 유래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청라언덕은 1900년대 초 선교사들이 개척한 의료·교육 활동의 중심지였던 장소로, 교회 부지 인근에는 은혜정원이라는 이름의 선교사 묘지터가 조성돼 있다. 1899년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활동했던 여러 외국인 선교사들이 이곳에 묻혔으며, 최근에는 묘비석 보존과 추모 공간 정비를 통해 선교사들이 남긴 의료선교의 흔적을 기리고 있다.

‘청라언덕’이라는 명칭은 과거 담쟁이가 무성히 자라던 언덕길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신명고와 대구제일교회 사이 언덕길 일부를 지칭하는 해석이 우세하지만, 노랫말 속 배경으로 알려진 담쟁이 미장센을 되살리기에는 주변 건물 구조가 크게 변모해 정확한 위치 파악이 쉽지 않다.

청라언덕에 대한 지역 간 기억 차이도 존재한다. 작사가 이은상의 고향인 마산 지역에서는 마산 합포구 일대의 낮은 언덕을 ‘청라언덕’으로 지목하며, 노랫말 속 ‘백합 같은 내 친구’가 마산여고생을 가리킨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구에서는 대구 여고생 시절 추억을 담은 공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같은 이견은 ‘동무생각’이 작곡가 박태준과 작사가 이은상이 함께한 시기에 양 지역에서 모두 영감을 받았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최근 청라언덕 일대는 근대문화 유산을 활용한 관광지로 조성돼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언덕 아래 주차장(요금 800원)을 중심으로 산책로와 역사 안내판, 포토존이 마련됐으며, 인근에는 청라구민체육센터라는 명칭을 단 공공체육시설도 문을 열었다. ‘청라’ 브랜드는 중구 지역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아 각종 상권과 공공시설 명칭에 적용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역사 공간 재생’ 사업으로 청라언덕의 본래 정취가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나친 관광화로 고유의 역사적 맥락을 잃지 않도록 보존과 활용의 균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시민들은 언덕 위에서 대구 도심과 낙산(樂山) 일대를 한눈에 조망하며, 여전히 어린 시절 놀이터였던 청라언덕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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