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민영화 추진 속 일본은 사후 시험지 유출조차 은폐…
한국어능력시험은 외국인과 재외동포들에게 대학 입학, 취업, 체류 자격 심사, 귀화 신청 등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진 시험이다. 그만큼 시험의 공정성과 접근성은 곧 해당 국가의 이민·다문화 정책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기능한다.
그런데 한국 교육부가 TOPIK을 민간 컨소시엄, 특히 네이버 주도로 이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험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향후 10년간 약 3,0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민간에서 전담하는 대신 응시료 인상, 유료 학습 콘텐츠 확대, 시험 운영의 상업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다른 주요국들은 자국어 시험을 공공 또는 비영리 기관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TOEFL은 비영리단체 ETS가, 프랑스의 DELF·DALF는 프랑스 정부가, 중국의 HSK는 교육부 산하기관이 맡고 있으며, 일본의 JLPT 역시 외무성과 일본국제교류기금이 공동 주관한다. 이들 국가는 자국어 교육과 시험을 외국인 통합 정책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으며, 그 신뢰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TOPIK의 민영화는 한국의 국제적 언어정책 기준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외국인 수험생의 권리와 공정성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닌, 삶의 도구이자 문화의 창구이다. 시험 한 번이 인생의 진로를 좌우하는 현실에서, 그 운영은 공공성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내 한국어능력시험 운영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오사카 금강학원에서 치뤄진 토픽시험지가수험생 이름이 적힌채로 외부로 유출됐다는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불구하고, 주일한국교육원이나 주일한국대사관 수석교육관실은 이를 쉬쉬하고 있다. 일본 현지 시험관리의 최고 책임자인 양호석 수석교육관은 사건을 축소하거나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시험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다시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