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한국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급격히 발전했지만, 그 이면에는 열악한 노동 환경과 부당한 대우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있었다. 이 시기 노동운동의 선두에 섰던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김문수다. 공장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싸우던 그가 이후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그리고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걸어온 길은 한국 현대사에서 노동운동과 정치의 연결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도루코와 김문수, 노동운동의 전환점
김문수가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계기는 1980년대 초반 도루코(주식회사 동양레저) 노동조합 활동을 지원하면서였다. 당시 도루코는 면도기와 주방용품을 생산하며 빠르게 성장하던 기업이었지만, 노동 환경은 열악했다. 낮은 임금, 긴 노동 시간, 그리고 비인간적인 대우로 인해 노동자들은 노조 결성에 나섰다.
김문수는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료로서 활동했다. 공장에서 직접 일하며 노동자들과 함께했고, 노조 결성을 위한 법률적, 전략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도루코 노동조합은 김문수의 도움을 받아 파업과 교섭을 조직적으로 전개했으며, 이는 당시 다른 기업의 노동조합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도루코 노동조합 활동은 노동자의 권익이 단순히 기업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김문수는 이 사건을 통해 노동운동가로서의 명성을 얻었고, 이후 전국적으로 노동운동의 조직화를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두 번의 해고와 두 번의 투옥
김문수는 도루코 노동조합뿐 아니라 여러 현장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며, 두 차례 해고와 두 번의 수감을 겪었다. 공장에서의 해고는 그에게 좌절이 아니라 더 큰 투쟁의 동력을 제공했다. 그는 수감 중에도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노동운동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힘썼다.
그가 투옥 중에도 노동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한 이상주의자가 아닌,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실행력을 갖춘 운동가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그는 노동계와 사회 전반에 걸쳐 신뢰를 쌓아갔다.
정치인으로서의 전환
1996년 김문수는 신한국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의 길로 들어섰다. 국회의원으로서 그는 노동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 정책과 사회복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후 경기도지사로서 경기도의 노동 환경 개선과 복지 확대에 힘썼으며, 2024년 8월에는 제10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장관으로서 그는 과거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던 시절의 경험을 살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노사 간 갈등을 조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동시간 단축, 그리고 산업재해 방지 등에서 그의 정책적 역량이 발휘되고 있다.
도루코는 지금?
한편, 김문수가 활동했던 도루코는 이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면도기와 주방용품을 제조하며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한 도루코는 여전히 독립적인 한국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동 환경도 1980년대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으며, 당시의 노동조합 활동은 회사의 내부 문화와 노동자 복지 정책 변화의 중요한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김문수의 삶은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투쟁에서 시작해, 정책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루코 노동조합 활동은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으며, 이 경험은 오늘날 그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도 뿌리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의 여정은 노동운동과 정치가 어떻게 맞물려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