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해역에서 파란색 대신 붉은 바탕의 호주 국기를 단 배들이 눈에 띈다. 처음엔 색이 바랜 줄로 착각하기 쉽지만, 이 깃발은 ‘Australian Red Ensign(호주 적기·紅旗)’이라 불리는 상선용 국기로, 법적으로 정해진 민간 선박 전용 깃발이다.
호주는 1901년 연방 성립 이후 영국의 해군 전통을 이어받아 선박의 용도에 따라 깃발 색을 구분했다. 정부와 군용 선박은 파란색 바탕의 ‘Blue Ensign(블루 엔사인)’, 민간 상선은 붉은색 바탕의 ‘Red Ensign’을 사용하도록 했다.
두 깃발은 왼쪽 상단에 유니언잭, 남십자성 문양, 연방별을 포함한 동일한 디자인이지만 바탕색만 다르다. 평상시 육지에서 공식행사나 관공서에 걸리는 파란색 국기가 호주를 대표한다면, 바다 위 상선에 걸린 붉은 국기는 민간 선적을 의미한다.
현재도 호주 해상법에 따라 호주 국적 상선은 반드시 Red Ensign을 게양해야 하며, 이는 국제 해사 규정상 인정받는 공식 민간 선적기다.
결국 바다에서 보이는 붉은 호주 국기는 색이 바랜 국기가 아니라, 호주의 해양 정체성을 상징하는 ‘법적 공식기’인 셈이다.
바다 위 붉은 호주 국기, 색 바랜 게 아니라 ‘법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