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7·30’, 일본 안의 두 길이 하나로 만난 날

일본에서 운전하다 보면 종종 방향지시등 대신 와이퍼를 켜는 실수를 한다. 일본이 좌측통행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안에서도 한때 좌·우측 통행이 공존하던 시기가 있었다. 1972년부터 1978년까지 오키나와가 그 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군 점령지였던 오키나와는 미국식 교통체계인 우측통행을 따랐다. 1972년 일본으로 반환됐지만 교통체계만큼은 여전히 미국식이었다. 일본 정부는 ‘하나의 나라, 하나의 규칙’을 내세워 1978년 7월 30일 새벽 6시를 기점으로 좌측통행 전환을 단행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이날을 ‘7·30(나나산마루)’이라 부르며 지금도 기억한다.

전환 작업은 대규모 사회 실험이었다. 정부는 미리 좌측통행 표지판을 설치한 뒤 천으로 덮어두고, 7월 29일 밤 10시부터 8시간 동안 모든 차량 통행을 금지한 채 표지판과 도로 표식을 교체했다. 새벽 6시, 오키나와의 모든 도로는 일제히 좌측통행으로 바뀌었다. 3천 명이 넘는 경찰이 700여 교차로를 통제했지만, 익숙한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시행 첫 주에만 대인사고 41건, 대물사고 528건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이를 ‘교통혁명’이라 평가했지만, 지역사회 반응은 엇갈렸다. 본토와의 제도 통합을 완성했다는 긍정 평가와 함께, 지역 혼란과 비용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기존 우측통행 시설 철거비용이 지자체에 떠넘겨진 점도 논란이었다.

오키나와의 7·30은 단순한 교통체계 변경이 아니라, 미군 점령에서 일본으로 복귀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좌측통행으로의 전환은 오키나와가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국가적 답변이기도 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7·30은 단순한 방향 전환이 아닌, 정체성과 자의식을 새긴 역사적 신호등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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