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의 ‘고독’이 단순한 성격적 특성이 아니라 뇌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래 관계를 회피하거나 혼자 있기를 즐기는 청소년들은 사회적 정보 처리와 감정 조절, 의사결정 등 핵심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서 구조적 차이와 연결성 약화가 관찰됐다.
미국 보스턴아동병원의 카테리나 스타몰리스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대뇌피질(Cerebral Cortex)’에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지원으로 진행된 ‘청소년 뇌 인지 발달 연구(ABCD)’ 데이터를 활용해 약 3000명의 청소년을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부모가 보고한 사회적 행동 자료를 기반으로 또래 관계에서 위축되거나 혼자 있기를 선호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과 기능적 MRI(fMRI)를 조사했다. 그 결과, 사회적·정서적 정보를 처리하는 전대상피질과 절연피질 등에서 구조적 차이가 나타났으며, 이들 영역 간의 기능적 연결성 역시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스타몰리스 교수는 “청소년기의 일정 수준의 고독은 정상적이지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사회적 고립은 뇌 발달 과정에서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사회적 기능뿐 아니라 다른 인지 과정에도 영향을 미쳐 정신건강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임상 현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의 ‘혼자 있음’을 단순한 기질적 특성으로 치부하지 말고 조기 개입이 필요한 신호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MRI를 통해 뇌에서 실제 일어나는 변화를 확인함으로써 부모와 의료진이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앞으로 2년 주기로 촬영되는 ABCD의 장기 추적 뇌 영상 및 행동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적 고립이 뇌 발달에 남기는 장기적 영향을 규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반복적 고독이 시간이 지나면서 뇌에 어떤 변화를 축적시키는지, 조기 개입이 이러한 변화를 얼마나 완화할 수 있는지를 밝히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