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들의 언어와 정체성을 지키는 최전선
- 도쿄한인성당한글학교 –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동포들에게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어가 모국어처럼 사용되는 환경에서 한국어는 그저 ‘계승어’로 남기 쉽다. 언어학자들은 다수의 사용자가 역사적, 사회적 현상과 결합해 장기간 사용할 때 생명력을 얻는 언어를 ‘계승어’로 정의한다. 그러나 세대가 지나면서 그 언어의 생명력이 약해지거나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재일동포 3세, 4세들에게 한국어는 이미 모국어가 아닌 계승어로 느껴질 지고 있다고 과언이 아닌 현실이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 모든 성인들은 이들이 우리말과 글을 잃지 않도록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이를 지켜 가야 할 의무와 책무가 있다고 본다.
민족교육은 재일동포들에게 그들의 정체성을 지키주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교육의 입장에서 보는 민족교육이란 우리말과 글을 통해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끼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과정이다. 현재 재일동포 3세, 4세들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닌 그들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민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한국화 시키려는 시도는 오히려 그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민족교육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재일동포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커지고 있다. 이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재일동포들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완전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정체성을 존중하며 그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족교육은 단순히 한국어와 한국 역사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이들이 두 문화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민족교육의 중심에 서 있는 기관이 한글학교라고 생각한다. 현재 세계 2,000여 개의 한글학교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재외동포들의 민족교육을 위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일본 내 재일동포들 역시 이러한 한글학교를 통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CIS 지역의 동포들은 여전히 한국어 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글학교를 통해 더 많은 동포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도쿄한인성당한글학교의 개교는 이러한 맥락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2023년 5월 20일 개교한 도쿄한인성당한글학교는 재일동포들에게 한국어 교육과 민족교육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학교의 설립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한 결과이다. 학생 모집, 교사 모집, 교실 배정 등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이훈우 교장과 하귀명 행정실장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한글학교가 개교하게 되었다. 이들의 노력은 재일동포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고자 하는 굳건한 의지의 결과다.

한일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면 처해질수록 민간 차원의 교류와 접촉은 더욱 활성화되고 지속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야기 민단에서 주최하고 있는 한일 어린이 축구교류회는 좋은 예시이다. 이러한 교류는 성인으로 성장한 후에도 양국을 연결하는 인적 네트워크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한인성당한글학교는 한일 관계 개선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재일동포 사회와 일본 사회에서 존경받는 단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한글학교를 지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재일동포 민족교육의 중심은 한글학교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한글학교는 앞으로 민족교육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재일동포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도쿄한인성당한글학교가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하며 재일동포 사회와 일본 사회에서 존경받는 단체로 성장하기를 마음으로 기대한다. 일본 내 많은 한글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재일동포들의 정체성을 지키고 한국과 일본을 잇는 가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의 성인 세대들은 그 책무성을 느끼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힘을 모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