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의 시 한 구절이 80년의 세월을 넘어 일본 도쿄 한복판 대학 캠퍼스에 울려 퍼졌다.
10월 11일 오전 11시, 도쿄 릿쿄대학교 이케부쿠로캠퍼스 다치카와기념관에서 열린 ‘시인 윤동주와 만나는 릿쿄의 가을’ 행사는 윤동주 서거 80주기를 기념해 마련됐다. 일본 내 한국학교 학생과 일본 대학생,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청년 시인의 순수한 언어와 정신을 되새겼다.
행사는 사이타마한국교육원과 동경한국학교가 주관하고, 공익재단법인 한국교육재단이 주최했다. 릿쿄대학교 외국어교육연구센터가 공동 개최하며, 주일본국 대한민국 대사관·연세대학교 윤동주기념사업회·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의 모임·도시샤의 윤동주를 기리는 모임·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경기도교육청·동원재팬 대한항공(KOREAN AIR) 등이 후원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Dongwon재팬 하기석 대표가 ‘동원양반죽’ 등 제품을 후원, 윤동주 정신을 기리는 자리의 의미를 더했다. 행사 관계자들은 “기업의 문화 참여가 문학과 교육의 교류 현장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윤동주 시인은 1942년 일본 유학 시절 릿쿄대 영문과에 재학 중이었으며, 이곳은 그가 체포되기 전 마지막으로 머문 학교다. 이번 행사는 ‘윤동주, 릿쿄에 귀환하다’(尹東柱、立つ)라는 상징적 문구 아래, 한일 청년이 문학으로 공감하고 평화의 가치를 나누는 장으로 펼쳐졌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연세대와 릿쿄대는 윤동주의 청춘이 머문 두 학교”라며 “그의 문학정신은 시대를 넘어 오늘의 청년들에게도 용기와 성찰의 언어가 된다”고 말했다. 최수형 사이타마한국교육원장은 “짧은 생이었지만 그의 시는 인간의 양심을 일깨우는 거울”이라며 “이 자리가 한일 청년들이 서로의 언어로 대화하는 문학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혁 주일한국대사(대독: 양호석 수석교육관)는 “윤동주는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자 일본에서도 존경받는 인물”이라며 “그의 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양국의 마음을 잇는 다리”라고 강조했다.
행사에서는 시낭송대회와 시화전이 열려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별 헤는 밤’, ‘서시’ 등을 일본어·한국어·영어로 낭송했다. 최우수상인 ‘하늘상’ 수상자에게는 한일 왕복 항공권이, ‘바람상’과 ‘별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2만 엔과 1만 엔의 상품권이 수여됐다.
릿쿄대 교정에는 윤동주 시인의 자필 시와 사진, 학생들의 시화 작품이 전시됐으며, 참가자들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함께 낭송하며 시인을 기렸다.
올해는 윤동주 서거 80주년이자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 겹치는 해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문학으로 평화와 화해를 모색한 문화 교류의 장이자, 동아시아 청년 세대가 ‘부끄러움 없는 삶’의 가치를 함께 되새긴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