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의 아버지, 윌리스 캐리어…’냉방 혁명’의 시작은 안개에서

무더운 여름날 기차역에서의 한순간의 깨달음이 인류 생활 방식을 바꿨다. 공조(空調, HVAC)의 개념을 정립하고, 현대식 에어컨의 원형을 만든 주인공은 윌리스 해빌랜드 캐리어(1876~1950)다. 미국 기계공학자이자 발명가인 그는 ‘King of Cool’로 불린다.

1902년 7월 17일, 캐리어는 뉴욕 버펄로의 인쇄소에서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인쇄물 색이 번지고 종이가 수축되는 문제를 해결하라는 과제를 맡았다. 이를 고민하던 어느 날, 피츠버그 기차역에서 짙은 안개를 바라보며 습도와 온도의 관계에 착안했다. 그는 차가운 코일에 공기를 통과시켜 냉각시키고, 동시에 수분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세계 최초의 공기조화 시스템을 고안했다.

당시 25세였던 캐리어는 이 기술을 응용해 인쇄소의 문제를 해결했고, 1906년에는 정식 특허를 취득했다. 이후 1915년, 동료 6명과 함께 ‘캐리어 엔지니어링’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에어컨 사업에 뛰어들었다.

캐리어의 에어컨은 이후 산업 전반에 혁신을 불러왔다. 의약품 생산부터 정밀기계 제조, 데이터센터 운영, 미술품 보존에 이르기까지 공조 기술은 필수적 기반이 됐다. 더 나아가 극장·쇼핑몰·항공기 등 현대인의 여름 일상도 에어컨 없이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윌리스 캐리어의 발명은 단순한 냉방 기술을 넘어, 현대 문명의 기반을 이루는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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